[2009년 6월 2일]
간만의 쉬는 날.
수영을 마치고 교보문고 들러 책 한권 사서 터덜터덜 돌아오던 중.
잠실 롯데호텔 앞의 벚나무에서 버찌를 따고 있었다.
지나던 뚱뚱 아짐마랑 꼬마가 다가왔다.
먹을 수 잇는거냐고...
술은 담글 수 있지만 시고 떫어서 못 먹는다고 했다.
아이가 손을 내밀길래 몇개 따서 들고있던 버찌를 줬다.
홱 나꿔채는데 고맙단 말도 없다.
키가 작아서 엄청 힘들게 딴 것인데...ㅜㅜ
그 어머니인 듯한 아줌마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듯이 빠르게 말한다.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 배가 고파서 그런데..
우리, 노숙자에요.
훑어보니 나보다 더 말끔하다.
난 수영장간다고 추리닝 걸치고 꾸지리했는데.
-글쎄요...노숙자치고는 참 말끔하시네요.
저기 구청 가보세요. 도와주실겁니다.
말투는 느리고 어눌했었지만 내용이 너무 쌀쌀맞았던가...
약간 물러서길래 호기심에 물어봤다.
-저기..몇살이세요?
-그런건 알거 없고..그거 먹을 수 있나 하구요.
하고 어물어물 하더니 급히 가버린다.
수영장 가느라 나선 길이라서 현금은 없었고
교보에서 책 사느라 카드만 있었는데
카드를 드릴 수도 없고
처음 보는 사람을 모시고 가서 밥을 사줄 수도 없고.
바로 앞에 보이는 송파구청에 가면 뭔가 수가 나올 것 같앴는데.
다음부턴 현금 조금 들고 다녀야 하나..
하지만 아줌마가 갑자기 다가와서 낮은 목소리로
도와달라고 할땐 왠지 공포스러웠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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