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4일]
너랑 같이 살고 싶었다.
시골의 허름한 마당 있는 집을
싸게 사서 너랑 열심히 여기저기 고쳐가면서
너 닮은 눈 작고 까무잡잡하고
말썽꾸러기인 아들 하나 낳고
니가 마당에 뚝딱뚝딱
툇마루 하나 만들어주면
난 장판 끊어다가 씌우고
모기가 들끓는 여름밤,
지붕 아래에 걸어둔 벅킬러엔
벌레가 지직대며 죽어가고
툇마루 네 귀퉁이마다
쑥을 태워 모깃불 삼아서
옆집 아저씨가 막걸리 한병 들고 오면
난 두부김치 안주를 마련해주고
니가 옆집 아저씨랑 정치니 사회니
열심히 씹으며 막걸리 마실때
난 옆에서 옆집 아주머니와
감자전 지저먹으며
마당에 옆집꼬마와 우리 아들이
흙장난,막대들고 칼싸움하는거
다친다, 싸우지 마라 잔소리 해대고
어느날 아들녀석이
옆집 꼬마녀석 머리통 터지게 때려주고 오면
난 아들놈 끌고 옆집가서 열심히 사과하고
그날 저녁 너와 함께하는 저녁
밥상머리에서
아들놈이 누굴 닮아 개구쟁이인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놓고
동네 저수지에서 부자지간 낚시한답시고
밤새 안들어오면
결국 내가 밤참거리 싸들고 저수지까지 쫒아가서
고기도 몇마리 못 잡으면서 집에 안들어온다고
야단을 치고
너와 우리아들은 내 잔소리에 고기가 놀래서
안잡힌다고 투덜대고
겨울이면
마루에 커튼치고 난로 하나 켜고
너랑 나랑 우리아들이랑 셋이
난로에 고구마 구워먹으며
눈싸움 하고 싶다고 눈을 기다리고..
눈이 오면
아들녀석 귀, 손,온통 꽁꽁 얼어가며
볼때지 빨갛게 틀때까지
눈싸움을 하고
넌 아들 가르친다고 연을 두개 만들어
부자지간 쌍으로 손발 꽁꽁 얼어가며
연날리며 놀고
난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고 혀를 차며 잔소리 하고..
밥 먹으며 하는 내 잔소리에
너와 너를 닮은 우리 아들은
꼭 닮은 개구진 눈빛을 주고받으며
찬 없는 초라한 밥상인데도
턱에 밥풀 붙여가며
볼이 미어지게 저녁을 먹고..
난..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너와 살고 싶었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좋고
좋은 집이 아니어도 좋고
그냥.....허름한 집에 조금 가난해도..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워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냥.. 그렇게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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