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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하기

지나던 이에게 모자를 선물하다.


[2005년 4월 28일]

사진 설명-내 모자랑 가장 비슷한 모자라서 퍼온 사진. 내 모잔 그냥 갈색 가죽 끈만 둘러져 있다.

오랜만에 모자를 꺼내 썼다.
살때는 분명히 너무 맘에 들었건만
사고나선 왠지 손이 안가게 되던 모자다.
종일 볼일 보러 다니다가..집으로 가는 길.
늦은 귀가라서 발을 재촉하는데
누군가 내 팔을 살며시 잡는다.
얼른 이어폰을 뺐다.
머리가 길고 이쁘장한 아가씨다.
-???-
-저기요..저기..그 모자 어디서 사셨어요?-
-이거요? 음..밀레오레에서요.-
-얼마..주셨어요?-
-음..작년에 만천원 줬는데요.-
-모자가 너무 이뻐요. 정말 이뻐요.-
몸을 돌려 계속 가려는데
아쉬운지 계속 쭈뼛쭈뼛~~
-이 모자, 맘에 들어요?-
-네..너무 이뻐요..정말 너무 이뻐요.-
-음..그래요? 그럼, 가지세요.-
-네? 정말요? 정말 저 가져도 되요?-
놀라움 반, 기쁨 반인지 눈이 반짝거린다.
-네. 많이 쓰실거라면 드릴게요. 어차피 제가 가지고 있으면
옷장에 처박혀 있거든요. 오늘, 어쩌다 손이 가서 쓰고 나온거에요.
맘에 드신다면 드릴게요. 이마부분에 화장 묻었으니까 빨아서 쓰세요.
대신, 많이 쓰고 다니세요.-
얼른 받아들긴 했는데 얼떨떨한지 날 보면서 엉거주춤 서있다.
씨익 웃어주고 이어폰 다시 꽂으며 돌아섰다.
머리띠 하기 싫어서 쓴 모자였다.
잔머리가 밤 바람에 날린다.
이쁘게 써 주세요, 아가씨..
물건이란, 임자가 다 따로 있다더니만..
사놓고 잘 안쓰게 되더니 오늘에사 임자 찾아 간 모양이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