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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하기

낡았다.= 오래 되었다.= 정들었다?


[2005년 6월 15일 ]

며칠전, 너무 더워 꺼내든 부채.
벌써 삼년을 써서인가...너무 세게 펼쳐서인가..찢어졌다.
내 부채는 사진의 부채처럼 천부분이 넓게 붙어있진 않다.
파란색으로 물들인 얇은 대쪽에 하얀 망사가 폭 좁게 붙어있던거다.
삼년 넘게 쓴거 같다. 오래쓰긴 썼지?
사던 해에 달려있던 장식 술이 떨어졌다.
그래도 나름대로 잘 보관해가면서 썼건만...
망사부채인데 삼년정도 썼으면 오래 쓴건가.
날 더울땐 살랑 살랑 부치기도 하고, 눈부신 햇빛을 가리기도 하고..
손에 익은 정든 부채가 찢어져서 엊그제 덥던 날 난처하더군.
부채를 새로 샀다.
겨우 천원이란다. 염색되지 않은 하얀 대나무살에 얇은 망사를 폭 넓게 붙인거다.
아껴가며 곱게 곱게 또 한삼년 써야지.
어제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혹시나 싶어 오늘도 우산을 챙겼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되니 내리기 시작한 비.
우산...산지 사년 되었다.
연보라색 삼단우산이다.
안쪽에는 은색으로 방수처리도 되어있다.
나름대로 곱게 쓰느라고 사용한 후엔 방안에 펼쳐서 말려두었었다.
방에 우산 펴두면 복 나간다지?
뭐, 그딴 말 있던 말던 우산 곱게 곱게 잘 개켜서 우산집에 넣어서 보관하고
절대 젖은 우산 땅바닥에 내려놓지도 않고 아껴가며 썼다.
사년...오래 쓴건가?
오늘 펼쳐보니 약간 녹 슨곳도 보이고, 무엇보다 접히는 부분이 낡았다.
낡아서 조그맣하게 구멍도 났다.
아...오래 되었구나. 새로 살 때가 되었구나.
가방 안에 쏘옥 들어가는 사이즈라서 여름에 늘 지니고 다녔었는데.
낡은 것. 정든 것. 오래 된 것...
이제 새것으로 새로 장만해야 되는데.....조금 미안하네?
'나'는 새것이 아닌데 내가 쓰는 물건은 새것으로 계속 교체가 되는구나..

부채와 우산.
내 정든 물건들 때문에 괜스리 생각 많이 하게 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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