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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하기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오는 손님.


[2005년 10월 22일]


요즘, 구청에서 알바하고 있다.
사회 복지과 중에서도 제일 일거리가 많은 복지 지원팀이다.
바로 옆에 장애인복지팀이랑, 노인복지팀이랑, 취업팀이랑..암튼
울 팀 이름 외엔 제대로 기억 못하지만서도 여러 팀이 늘 바쁘게 일한다.
지난주부터 오는 손님이 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데 전신이 멋대로 움직이시고 말도 잘 못하셔서
종이를 드리면 간략하게 용건을 적으신다.
물론 글씨도 멋대로 움직이는 손 때문에 제대로 못 쓴다.
첫날은 내 일이 바빠서 제대로 관심을 주지 못했다.
그날..무슨 행사때문에 과 전체가 바빴던 것 같다.
한 삼십분을 그리 기다리시다 볼일 마치고 가셨다.
이삼일 후에 또 오셔서는 소릴 지르더군.
대화는 안되고 무슨 일인지 처리는 안되고 답답했던 모양이다.
오늘, 점심식사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그분이 또 오셨다.
손님 접대용 테이블이 바로 내 자리 뒤이기 때문에
두번 봤다고 그새 얼굴이 익어서 서로 웃으며 인사 했다.
오늘은 왜 오셨느냐고 물어보니 종이에 간략하게 써주신다.
약속 때문이라고.
무슨 약속이냐로 물었다.
입금 때문이란다.
점심시간이라서 다들 나가고 몇분 안 계셔서 여기저기 전화로 물어봤다.
빌어먹게 바쁘신(?) 잠실병원에서 서류를 안 넣어 주셔서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렵고 운신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구청 7층까지
세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하게 한 거다.
의료복지 담당하시는 분도 휠체어에 앉아서 근무하시는 장애인이시다.
휠체어에 앉으신 두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자주 웃으신다.
결국 의료담당하시는 분이 잠실병원에 전화해서
오늘 서류 안가지고 오실거면 직접 받으러 가겠다고 엄포를 놓아서 해결했다.
가슴이....찡하더군.
좋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오시긴 했지만
휠체어에 전동 우산까지 달려있는 것은 아니어서
비 쫄딱 맞고 오셨다.
누구, 도와줄 사람도 없는지 늘 직접 오신다.
젠장맞을 병원같으니.
일주일이나 늦은 서류때문에 이게 웬 불편이냐고.
손이 멋대로 움직이셔서 뜨거운 커피는 절대 못드리고
시원한 비타민 음료라도 드리고 싶지만
것도 제대로 드실 수도 없고
고개도 막 움직이시니 먹여드릴수도 없고.
속상한 마음에 가시는 것을 보고 나서
(마찬가지로 휠체어에 앉아 근무하시는) 언니에게 불평했다.
그노무 빌어먹을 병원때문에 저게 웬 불편이냐고..
우씨...아깐 속만 상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깐 눈물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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