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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하기

인공 와우.

[2008년 7월 16일]




<위 그림은 뉴시스의 인공와우 관련 뉴스에서 퍼 온 것임을 밝힙니다.>

성남에 내가 아주 이뻐라 하는 꼬마가 있다.
이름은 홍지원.
같은 홍씨인데다가 아버님의 돌림자가 우리 집안과 같은 항렬인지라
종친이라고 부르며조카 삼아버린 꼬맹이다.
올해로 다섯살.
이놈 지지배가 늘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쳐다도 안보고
여러번 부르거나 소릴 질러야 한번 쓰윽 쳐다보는 애였기에
어린 것이 고집이 세다고들 했었다.
이번에 말이 늦어서 병원엘 데려갔다가 정말 놀라운 진단을 받았단다.
귀가..거의 안들린다고.
한쪽은 보청기를, 한쪽은 인공와우 수술을 하자고.
양쪽을 다 수술하면 더 좋을테지만..이라면서 의사가 말 끝을 흐렸단다.
몇군데 병원을 다녀도 매번 같은 말을 들었단다.
그날 이후로 아이만 보면 속 상해서 아이 아빠두 엄마두 간혹 아이 앞에서 울었었단다.
그때마다 아이는 덩달아 울면서 엄마아빠한테 휴지를 갖다주더란다.
둘째 출산을 얼마 앞둔 아이 엄마가 해 준 이야기다.
아이때문에 태교도 못하고 몸도 못 챙겨서 자연분만을 할 몸상태가 아니라고
제왕절개 수술해서 낳아야 한다고 산부인과에서 말해줬단다.
이래저래 속상한 일이 겹쳤다.
마침 내가 보청기회사에 다니고 있는 터라 우리 센터에 한번 들르라고
아예 실청이 아니라 난청이니까, 그래도 들을 수 있는거니까 희망이 있는거라고
왜 우냐고 울지 말라고..말은 해줬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나도 눈물이 쏟아졌다.
인공와우 수술.
말이야 쉽지만..귀 뒤쪽의 머리를 박박 밀고 살을 길게 찢어내고 머리 뼈를 들어내고
그 작은 달팽이관에 전선을 삽입하고 뇌가 눌리지 않도록 뼈를 얇게 갈아낸 후
자성을 띤 보청기를 뼈에 부착한 후에 다시 덮는 수술.
살을 찢고 뼈를 갈아내는 수술인데...
어린 지원이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왜 하필이면 지원이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아마 장애를 가진 부모님들 입에서 몇번은 나왔을 말이다.

센터에 22살 건장한 청년이 부모와 함께 왔다.
어머님이 내 자리인 인포에 와서 작은 소리로 하소연을 하신다.
인공와우 수술하라던데, 수술하면 더 잘 들린다던데
인터넷도 뒤져보고 인공와우 수술 한 친구들한테도 무슨 소릴 들었는지
절대 수술은 안하려 한다고.
어릴적 장애학교에 보냈더니 수화를 하더란다.
실청이 아니라 난청일때 수화를 한다는건 청력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수화로 대화하면서 귀로 들으려는 노력을 안하기때문에 청력은 퇴화해버린다.
그래서 얼른 일반 학교에 입학을 시켰단다.
덕분에 청력은 어느정도 지켜냈지만 그때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그때 이야길 하며운단다.
내 잘못이 아닌데..내 잘못이 아닌데...라면서.

가슴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우리 지원이두..우리 지원이두 나중에 친구들에게 상처 받으면 어떡하지
그 이쁜 지원이가..친구들때문에 울면 어떡하지.
내 자식은 아니지만 내 자식인양 가슴이 아프다.
장애는 살아가는데 참 불편한 점이다.
그 중에 귀가 안들린다는건...

실은 나도 메니에르증세가 있다.
게다가 아직 연구중이라는CAPD(중추성 청각 정보처리 장애)증세도 있다.
그래서 원장님이 주의깊게 지켜보고 계신다.
안 들리는건 아니지만 가끔 청각때문에 불편을 겪는다.
그치만..난청은 아니다.

예전의 구청 사회복지과 알바를 거쳐 지금의 보청기 센터 근무까지.
장애인 복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복지가 참 형편없다.
보청기 가격은 백여만원이 넘어가는데 지원되는 액수는 기껏해야 이십여만원.
생활보호대상자는 겨우 삼십여만원.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말하는 것도 어눌한데
언어교정은 하는 곳도 별로 없을 뿐더러 가격도 엄청 비싸다.
나라에서 하는 곳은 신청이 어마어마하게 밀려있고
병원에서 하는 곳은 비용이 엄청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어교육 전공한 사람이 별로 없다.
돈은 별로 안되는데 힘이 많이 들기때문에 꺼리는 직종이란다.

다행이도 우리 지원이는..발음이 좋다.
발음이 좋기때문에 귀가 안들린다는걸 늦게 발견한거란다.
내가 해 줄 일이 뭐가 있을까...막막하다.
이주 후, 지원이가 센터에 오기로 했다.
장난감이라도 사놨다가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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