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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하기

장애에 관한 생각.


[2008년 3월 29일 ]

나는 지금 난청센터에 근무한다.
쉽게 말해서 보청기회사다.
아무래도 손님들이 대부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개중에 간혹 어린 손님들이 오시면 마음이 참 아프다.

얼마 전 팔개월된 아이가 손님으로 왔다.
얼마 후 수술을 할 예정이라고.
수술후 착용할 보청기를 구입하러 오셨다.
센터에 오면 우선 청력검사를 한다.
처음 듣는 '소리'에 아이는 움찔 놀라고
눈썹이나 눈을 깜짝여 소리를 듣고 있다고 알렸다.
웃을때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간지럽히고 박수를 치고 장난감을 흔들어주어도
그냥 방실방실.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조용한 아이. 그게 더 신기했다.
아이들이란 쉴새없이 옹알옹알, 관심을 끌지 않던가.
얌전한 아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아이.
부모의 얼굴엔 웃음이 없었다.
청력검사용 헤드셋으로 처음으로 소리를 듣고 반응을 보이는 아이에게
아이 엄마는 감격한 듯 했었다.

어제 외근을 나갔다.
뚝섬에 있는 본사에 다녀와야 했기에 지하철을 탔다.
웬만하면 난 여섯정거장 걸리는 본사에 갈땐 앉지 않는다.
문가에 서서 한강도 보고 건물도 보고..
웬일로 자리가 많았다.
앉아서 맞은편을 보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대각선으로 아줌마 아저씨 아가씨 외국인...등등이 앉아있었다.
한..다섯살쯤 되었을까.
한눈에 봐도 정신지체로 보이는 아이가 탔다.
엄마 손을 잡고 탄 아이가 앞에 서자 앉아있던 아가씨가
마치 벌레라도 피하듯 얼른 몸을 비틀어 다른 자리로 도망간다.
다들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난 듯
사지가 뒤틀리고 촛점 맞지 않는 아이를 본다.
아이에게 웃어주고 손 잡아준건 바로 옆자리의 외국인 뿐이었다.
알아듣지 못할 영어로 말을 걸고
잘 바라보지 못하는 아이와 천천히 공들여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아주고 장난을 쳐 주는 외국인아저씨.
감정의 동조였을까.
그런 외국인에게 조금씩 맞춰주기라도 하듯
옆자리의 아줌마도 아이에게 웃어줬다.
물론 도망갔던 아가씨는 여전히 벌레보듯 일그러진 얼굴로 구경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있었다.
얼마나 순하고 이쁘게 생겼던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와~ 개 정말 이쁘게 생겼네.
아마도 커다란 검은 안경을 쓰고 계시던 주인아저씨는 들으셨을거다.
얌전하게 앉아있는 개를 보니 예전에 나오던 광고가 생각났다.
발을 밟혀도 짖지 않는 개가 있습니다..어짜고 저짜고,
그 광고때문에 진짜 짖지 않는지 밟아본 무식한 사람은 없었을까...
잠실에 도착해서 -갈아타실 분은~~ 하고 안내가 나오자 벌떡 일어나 주인을 안내한다.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그 개는.
함부로 짖지도 못하고 맘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차라리 똥개팔자가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 잠시.

오늘은 비가 내리시는 토요일,.
왠지 우울해지는 마음에 생각나서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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